자유(liberty) v.s 안전(security) 만큼 고전적인 딜레마가 있을까요? 개인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면 개인의 안전에 해를 끼치고,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너무 집중을 하면 그만큼 개인의 자유는 억압당합니다. 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는 인간사회와 같이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미국에서는 great prohibition이라고 모든 주류를 금지하는 법이 시도되기도 했었고, 여러나라는 총기나 무기류의 소지를 금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에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 중독 방지법도 한 번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게임중독법은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과연 논리적 정당성은 있는지 두가지의 기준에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첫째로 게임중독법의 간단한 논리성을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게임중독법은 <"게임에 대한 노출-> 게임 중독->사회적 문제를 일으킴"> 이와 같은 알고리즘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학생들이 공부를 안하거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다름아닌 게임에서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법안 자체가 게임에 대한 노출이 게임 중독과 직접적이면서 절대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논리에 기인할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단순한 게임의 노출이 게임 중독으로 이어진 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보다 오히려 더욱 높은 게임 인구율을 자랑하는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단순히 게임 중독자가 많다고 게임 판매 금지나 게임 회사에 대한 간섭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게임에 심하게 중독되는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노출이 아니라 사람의 성향 자체가 무엇에 빠지기 쉽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반대로 말하자면 게임이 아니여도 도박이나 음주, 등 더욱 해로운 것에 중독될 확률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에 대해서 게임중독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노출이 게임 중독으로 절대적으로 이어지는건 아니지만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요소를 제한한다면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느냐.' 정책을 세울때는 언제나 그 양면성을 비교분석 해보아야 합니다. 게임 중독법이 통과되는 것을 가정하였을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비교해보아야 합니다. 일단 얻는 것은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의 감소일것입니다. 그 감소가 얼마일지는 미지수입니다. 효과적일수도, 효과적이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얻을수 있는 결과가 불확실한 정책이라는 뜻입니다.
반면에 잃는 것은 무엇보다 게임관련 회사들의 경제적 능력일것입니다.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은 제재가 없는 외국으로 도망을 치거나 국내에 남아있더라도 매우 많은 규제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우리나라는 뒤쳐지게 될것입니다. 또한 피시방 업계에 대한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지난번 pc방 흡연 제한에 대한 여파가 남아있는데 또 한번의 타격을 버틸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제일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게임중독법 법안은 "학생이 무슨 게임이야, 공부나 해라" 라는 메세지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메세지는 학생들에 대해 무관심을 보여주면서 권위주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스트레스를 받을수 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경쟁을 첫번째이자 마지막 요소로 하는데 당사자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경쟁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왜 나쁩니까? 그 스트레스를 잘만 해소한다면 오히려 이것은 좋은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중독법은 바로 이 마지막 보루마저 탈취한다는 점에서 잘못됬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주기는 커녕 오히려 뺏어가면 당사자인 학생들은 대체 어쩌라는 것입니까? "학생이 무슨 게임이야, 공부나 해야지" 이 발언은 문제가 있는 상황을 타개할 의지는 전혀 안보이는 동시에 제일 큰 피해자인 학생들을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넣는 무책임함의 표본입니다.
즉, 요약하자면 게임중독법은 얻는 것은 불확실한 반면에 잃는 것은 확실한 정책입니다. 그리고 그 잃을 것의 심각성은 간과할 수준이 아닙니다.
제 학교는 매우 공부를 안하는 편이였습니다. 얼마나 공부를 안했냐면 강남에 있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문과에서 재수율이 거의 80 퍼센트를 웃돌았습니다. 게다가 저보다 1년 선배들이 졸업하였을 때는 문과에서 1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80여명이 재수, 유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워낙 학업의 열약함이 문제가 되자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유흥거리를 모두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카드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점심시간 체육관 사용금지 등을 비롯해서 학생들은 하나 둘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잃어갔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놀거리를 없애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공부를 시작하지 않고 무단조퇴를 하거나 학교끝나기 10분전에 출석을 하는 무단지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학진학률은 전보다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게임중독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게임하는 것 자체를 줄이는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커녕, 전보다 더욱 나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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